1974년 여름
연재 · 종로, 길 위의 세월 제3화 (전 3화)
지하로 내려간 첫 출근길
종로 밑에 다시 놓인 궤도, 개찰구 앞의 어리둥절한 줄, 어둠을 달려 눈 깜짝할 새 닿던 정거장. '종로, 길 위의 세월' 연재를 맺는 이야기입니다.
공개일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이 문을 열었다.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 종로 밑을 곧게 지나는 이 구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달린 지하철이다. 전차가 멈춘 지 여섯 해 만에, 같은 길 아래로 다시 궤도가 놓인 셈이었다.
편집 확인 · 서울기록원·당시 보도 확인
장면 · 첫 승차
개통 소식이 신문에 큼지막하게 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땅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서늘한 바람이 마중을 나왔고, 형광등이 환한 승강장은 한여름에도 서늘했다. 작은 종이 승차권을 손에 쥔 사람들은 개찰구 앞에서 앞사람이 하는 양을 곁눈질했고, 역무원은 하루 종일 같은 안내를 되풀이하면서도 싫은 기색이 없었다. 저 멀리 굴 속에서 불빛 두 개가 다가올 때는, 승강장의 어른들도 아이처럼 목을 뺐다.
전동차 안은 버스와 다른 세상이었다. 비가 와도 젖지 않고 길이 막힐 일도 없이, 차체가 흔들릴 때마다 어둠에 잠긴 굴이 창밖으로 미끄러져 갔다. 창에 비친 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다음 역이었다. 종로 한복판을 그 밑으로 지나면서도 바깥의 소음이 한 점 들리지 않는 것이, 처음에는 다들 얼떨떨했다.
"버스로 한 시간 길이 눈 깜짝할 새구먼." — 첫 승차를 마친 어른들의 감상은 대개 그 한마디로 모였다. 그 말끝에는 꼭, 못 미더운 듯 한 번 더 타 보자는 말이 붙었다.
장면 · 종로3가
종로3가 역에 서면 나이 지긋한 승객 몇은 문득 천장 위를 올려다보았다. 여섯 해 전까지 저 위로 전차가 땡땡 종을 울리며 다니던 길이었다. 궤도는 걷혔어도 길은 기억하고 있었다. 손잡이를 쥔 채 어둠 속을 달리며, 그들은 저도 모르게 전차의 느린 속도로 창밖을 헤아렸다. 빨라진 것은 좋았다. 다만 빨라진 만큼, 두고 온 것들의 얼굴도 또렷해졌다.
그해 가을부터 지하철로 출근길을 바꾼 사람들이 늘었다. 새벽 첫차의 승강장은 버스 정류장보다 조용했고, 발밑에서 올라오는 진동은 어딘가 옛 전차의 울림을 닮아 있었다. 정거장 이름이 하나씩 몸에 익고 어느 칸에 타야 내리기 좋은지 저마다의 요령이 생길 무렵, 지하의 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그 뒤로 노선은 해마다 늘어 땅 밑의 지도가 거미줄처럼 촘촘해졌다. 전차를 배웅했던 사람들이 지하철로 출근했고, 그 등에 업혀 있던 아이들이 자라 같은 노선으로 학교와 일터를 다녔다. 종로 밑의 궤도는 그날부터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전차의 종소리에서 만원 버스의 오라이, 지하의 궤도까지 — 길은 세 번 얼굴을 바꿨지만 그 위를 오간 부지런함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오늘도 1호선은 같은 종로 밑을 달린다. 그 첫 여름의 서늘한 승강장을 기억하는 걸음들을 태우고.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국민연금 받으면서 일하면 연금이 깎이나요
첫 지하철로 출근하던 그 부지런함이 지금도 아침마다 길을 나선다면 — 연금을 받으면서 일할 때 연금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알아 둘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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