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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

명동 골목, 다방과 통기타의 저녁

진한 커피 냄새와 디제이의 손끝, 양장점 쇼윈도와 음악감상실의 통기타. 1970년대 초 명동 골목의 저녁을 장면으로 되살린 회고 수필입니다.

공개일

다방 주전자와 찻잔, 통기타를 그린 명동 골목 저녁 일러스트

장면 · 다방

명동 골목으로 접어들면 제일 먼저 마중 나오는 것은 진한 커피 냄새였다. 다방 문을 밀고 들어서면 담배 연기가 낮게 깔린 실내에 나른한 음악이 흐르고, 구석 유리방 안에서 판을 고르는 디제이의 손끝이 보였다. 창가 자리에는 약속 시간보다 한참 일찍 나온 사람들이 뜨거운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앉아, 문에 달린 종이 울릴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찬 바람과 함께 문이 열리는 순간, 혹시 그 사람일까 싶어 가슴이 먼저 뛰던 저녁들이 그 골목에는 켜켜이 쌓여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걸음은 양장점 쇼윈도 앞을 서성였다. 유리 너머 마네킹은 그해 유행하던 옷을 곱게 차려입고, 노란 전등 불빛이 옷감의 결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손이 닿지 않는 옷을 눈으로만 몇 번이고 입어 보며 다음 월급날을 손꼽던 마음들이, 그 유리창 앞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다녀갔다.

장면 · 음악감상실

밤이 깊어지면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들이 음악감상실로 이어졌다. 누군가 통기타를 안고 줄을 고르는 소리, 나무 의자가 삐걱이는 소리, 그 사이로 낮게 번지는 노랫가락. 젊은이들은 말없이 어깨를 맞댄 채 창밖으로 흔들리는 명동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눈 온기는 참 오래도 갔다.

지금의 명동은 그때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골목 어딘가에는 여전히 오래된 다방의 흔적이 남아 있다. 통기타 대신 다른 음악이 흐르는 저녁이라 해도, 창가 자리의 그 온기를 기억하는 걸음에게 명동 골목은 아직 낯설지 않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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