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난로 위에 쌓이던 도시락과 풍금 소리
조개탄 난로 위에 층층이 쌓이던 양은도시락, 창가의 풍금, 만국기 펄럭이던 가을 운동회. 1960~70년대 국민학교의 하루를 시간표처럼 따라갑니다.
공개일

장면 · 등굣길
책보를 어깨에 엇매고 검정 고무신을 끌며 아이들이 골목에서 쏟아져 나왔다. 서리 내린 아침이면 입김이 하얗게 앞서 걸었고, 지각을 면하려는 발걸음이 교문 앞에서 우르르 빨라졌다. 운동장 조회 시간, 줄 맞춰 선 수백 명의 아이들 위로 확성기 소리가 웅웅 울렸고, 맨 앞줄 꼬마는 까치발을 하고도 단상이 보이지 않아 연신 고개를 뺐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국민학교'라는 이름은 1941년부터 쓰였다. 광복 뒤에도 그대로 이어지다 1995년 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는 취지로 1996년 3월 1일부터 전국의 국민학교가 일제히 '초등학교'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니 이 이름으로 학교를 다닌 것은 그 이전 세대까지다.
편집 확인 · 1995년 교육부 발표·당시 보도 확인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교실은 늘 비좁았다. 1960년대 서울 도심 국민학교에서는 한 학급이 80명을 넘기 일쑤여서 '콩나물 교실'이라는 말이 생겼고,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는 2부제 수업을 하는 학교도 많았다. 오후반 아이들은 한낮이 되어서야 책보를 메고 집을 나섰다.
편집 확인 · 서울시교육청 기록·당시 보도 확인
장면 · 점심시간
겨울 교실 한가운데에는 조개탄 난로가 있었다. 3교시쯤 되면 난로 위에 양은도시락이 층층이 탑을 이뤘고, 맨 아래 칸 도시락에서는 밥 눋는 냄새가 고소하게 올라왔다. 제 도시락이 아래 깔린 아이는 앉아서도 자꾸 난로 쪽을 돌아보았다. 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확 오르던 그 밥에, 어머니가 꾹꾹 눌러 담은 김치와 콩자반이 있었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쌀이 모자라던 시절이라 나라에서는 혼분식을 장려했다. 1969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이 '분식의 날'로 지정되었고,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에 보리 같은 잡곡이 섞였는지 살피는 검사를 하기도 했다. 잡곡이 일정 비율은 섞여야 한다는 기준을 두었다고 전한다.
편집 확인 ·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혼분식장려 항목 확인
장면 · 음악 시간
음악 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창가의 풍금 앞에 앉았다. 발판을 밟을 때마다 바람 드나드는 소리가 나직이 섞여 들었고, 그 위로 건반 소리가 포근하게 얹혔다. 아이들의 목청이 반 박자씩 엇나가도 풍금은 서두르지 않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주었다. 복도 끝까지 새어 나가던 그 소리에 옆 반 아이들이 창문 너머로 고개를 기웃거렸다.
장면 ·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 날은 온 동네의 잔칫날이었다. 운동장 위로 만국기가 파랗게 갠 하늘을 가로질렀고, 청군 백군의 함성이 담장을 넘었다. 박이 터지며 오색 종이가 쏟아지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뼉을 쳤고, 점심때가 되면 나무 그늘마다 돗자리가 펴지고 김밥과 삶은 달걀이 나왔다. 달리기에서 넘어진 아이도 그날만은 울다 말고 웃었다.
국민학교라는 이름은 이제 없다. 그래도 난로 위 도시락 냄새와 풍금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운동회 날 손주의 손을 잡고 같은 운동장을 다시 달린다. 교문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손주 돌보는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한 안내
요즘은 등하굣길과 방과 후를 조부모가 지켜 주는 집이 많습니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지자체가 주는 돌봄수당을 정리했습니다.
손주 돌봄수당은 지자체마다 시행 여부와 조건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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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과 이어지는 수필

1970년대 초반
병풍 뒤 놋그릇이 빛나던 밤
전 부치는 기름 냄새, 볏짚에 재를 묻혀 닦던 놋그릇, 나직한 축문 소리와 늦은 밤의 음복. 1970년대 초 안동 큰집의 제삿날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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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여름 · 연재 종로, 길 위의 세월 제3화
지하로 내려간 첫 출근길
종로 밑에 다시 놓인 궤도, 개찰구 앞의 어리둥절한 줄, 어둠을 달려 눈 깜짝할 새 닿던 정거장. '종로, 길 위의 세월' 연재를 맺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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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 · 연재 종로, 길 위의 세월 제2화
만원 버스 손잡이에 매달린 아침
궤도가 걷힌 종로의 정류장, 차장 '안내양'의 오라이 소리, 문틈에 몸이 반쯤 걸린 채 떠나던 출근길. 연재 '종로, 길 위의 세월'의 두 번째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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