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1월
연재 · 종로, 길 위의 세월 제1화 (전 3화)
땡땡 종소리가 멈추던 그 늦가을
쇠바퀴가 궤도를 밟는 낮은 울림과 땡땡 종소리. 1968년 11월, 서울에서 전차가 멈추던 무렵의 종로 거리를 담았습니다.
공개일

쇠바퀴가 궤도를 밟을 때마다 발밑에서 나무 바닥이 낮게 울렸다. 아침 햇살이 먼지 낀 유리창으로 비스듬히 들어오고, 차장이 줄을 당기면 앞머리에서 땡땡, 맑은 종소리가 퍼졌다. 사람들은 손잡이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흔들렸고, 창밖으로는 막 문을 여는 가게와 물지게를 진 사람들이 스쳐 갔다. 전차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 느릿한 속도가 도리어 하루를 넉넉하게 열어 주었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서울의 전차는 1899년부터 광복과 전쟁을 지나 70년 가까이 도심을 달리다, 1968년 11월 30일 전 노선의 운행을 멈췄다. 마지막 전차는 그 전날 저녁 승객 46명을 태우고 동대문 종점으로 들어온 303호였다고 전한다. 1974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할 때까지, 서울의 발은 온전히 버스가 되었다.
편집 확인 · 서울기록원·당시 보도 기록 확인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그해 늦가을, 사람들은 길가에 서서 떠나는 전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누군가는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부들이 길을 뜯어 궤도를 걷어 냈다. 오래도록 반질거리던 두 줄의 쇠는 흙과 함께 실려 나갔고, 그 자리는 이내 매끈하게 메워졌다. 대신 버스가 매연을 뿜으며 더 빠르게 거리를 채웠다.
이제 그 종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비 내리는 날이면, 젖은 아스팔트 아래 어딘가에 아직 그 궤도가 잠들어 있을 것만 같다. 전차가 멈춘 길을 지하철이 이어받아, 오늘도 같은 종로 밑을 달린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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