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연재 · 연무대의 겨울 제1화 (전 3화)
연무대 그 겨울, 어머니의 김밥 한 줄
언 흙이 부서지던 연병장, 관물대 앞의 손편지, 면회소의 김밥 한 줄. 1970년대 논산 연무대의 겨울을 담은 회고 수필입니다.
공개일

장면 · 입소
빡빡 깎인 머리 위로 겨울바람이 그대로 내려앉는 곳이었다. 연무대 연병장에 첫발을 디딘 훈련병들의 발밑에서 언 흙이 서걱서걱 부서졌고, 몸에 맞지 않아 헐렁한 군복 소매와 바짓단 안으로 찬 기운이 사정없이 스몄다. 낯선 구령과 날카로운 호루라기, 코끝을 찌르는 소독약 냄새. 이발 의자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머리카락과 거울 속 낯선 얼굴 앞에서, 스무 살 안팎의 청년들은 우습기도 하고 어쩐지 서럽기도 한 표정을 지었다.
밤이 되면 관물대 앞에 엎드려 손편지를 쓰는 등들이 줄지어 있었다.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 적는 말은 대개 비슷했다. 잘 지냅니다, 걱정 마세요. 집에서 온 편지를 받은 날이면 그 얇은 종이를 몇 번이고 접었다 폈고, 익숙한 글씨와 종이 냄새를 오래도록 들이마셨다.
장면 · 면회
면회 날이면 새벽 찬 길을 버스로 몇 번씩 갈아타고 온 어머니들이 면회소를 채웠다. 은박지에 싼 김밥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참기름 냄새가 훅 끼쳤고, 아들은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그저 받아 먹기만 했다. 손이 시리도록 추운 면회소에서, 김밥 한 줄의 온도만은 유난히 따뜻했다.
논산 연무대를 거쳐 간 겨울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겨울마다 김밥을 싸 들고 온 어머니들이 있었고, 그 온기로 젊은 날의 한 계절을 버틴 이들이 지금의 어른이 되었다. 받았던 온기는 어떤 식으로든 되물림된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부모님 혜택, 자녀가 대신 알아볼 때 순서가 있습니다
그 시절 면회소의 김밥처럼, 이제는 자녀가 부모님의 혜택을 챙겨 드릴 차례입니다. 자녀에게 슬쩍 건네줄 만한 안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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