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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연재 · 우다방 연가 1 (전 3화)

우다방 앞에서 기다리던 저녁

다방도 아닌 우체국 앞 길바닥이 만남의 방이 되던 곳. 1970년대 광주 충장로, '우다방' 앞의 기다림과 골목의 저녁을 담았습니다.

공개일

빨간 우체통과 가로등, 편지 봉투를 그린 충장로 우다방 일러스트

장면 · 우다방

약속은 늘 우체국 앞이었다. 누가 먼저 정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 앞으로 모였고, 언제부턴가 광주 사람들은 그곳을 우다방이라 불렀다. 다방도 아닌 길바닥이 만남의 방이 된 셈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층계를 오르면, 벌써 와서 손목시계를 힐끔거리는 얼굴들과 이제 막 도착해 숨을 고르는 얼굴들이 한데 뒤섞였다. 겨울이면 손을 호호 불며 발을 동동 굴렀고, 여름이면 가로수 그늘 밑으로 슬쩍 몸을 붙였다. 저만치서 익숙한 걸음걸이가 보이면 괜히 못 본 척 딴청을 부리는 이도 있었다.

거기서부터 충장로 골목이 길게 펼쳐졌다. 양장점 진열창 안에는 갓 다린 옷들이 반듯하게 걸려 있고, 안쪽에서는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조금 더 걸으면 제과점 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버터 냄새와 갓 구운 빵의 온기가 훅 끼쳐 왔다. 얇은 종이봉투에 담긴 단팥빵 하나를 나눠 먹으며 진열창에 비친 서로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던 연인들에게, 주머니 사정이 빤한 그 거리는 눈요기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해가 기울면 거리에는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과 젊은 웃음소리가 골목마다 가득 찼다. 주머니는 가벼워도 마음만은 부자였던 저녁들이 그 길 위에 쌓여 있다. 우체국은 지금도 그 자리에 서서, 여전히 누군가의 약속 장소가 되어 준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지역: 광주광역시연대: 1970년대 · 후반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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