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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연재 · 우다방 연가 3 (전 3화)

함 사시오, 그 골목의 잔칫날

골목을 흔들던 함진아비의 너스레, 예식장에 자욱하던 국수 삶는 김, 단칸 셋방의 첫 저녁상. '우다방 연가'의 마지막, 혼례 이야기입니다.

공개일

혼례 함과 잔치국수 한 그릇, 대추를 그린 혼례 잔칫날 일러스트

장면 · 함 오는 밤

가을 저녁, 신부 집 골목이 일찌감치 술렁였다. 오징어를 오려 만든 가면을 쓴 함진아비가 함을 지고 골목 어귀에서부터 목청을 높이면, 담장마다 동네 사람들의 고개가 넘어왔다. 한 걸음 떼고는 버티고, 노잣돈 봉투가 오가고서야 또 한 걸음. 마루까지 오는 데 한나절 같던 그 실랑이 내내, 안방의 신부는 문틈으로 내다보며 웃음을 참았다.

"함 사시오 — 함이오!" — 그 소리가 골목에 울리면, 잔치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온 동네가 알았다.

우체국 앞에서 시작된 만남이 두 해를 넘기자 양가가 오가고 날이 잡혔다. 신부는 어머니와 장에 나가 이불감을 끊었고, 신랑은 양복점에서 난생처음 몸에 맞춘 양복을 지었다. 예식장 달력에 동그라미가 쳐진 날부터 두 사람은 우다방 앞에서 만나도 전처럼 마냥 웃지만은 못했다. 설렘 곁에 살림 걱정이 나란히 앉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혼례 전에 신랑 집에서 혼서와 예물을 담은 함을 신부 집에 보내는 납폐의 풍습은 전통 혼례에서 오래 이어져 내려온 절차다. 함진아비의 너스레도 그 풍습에 얹힌 흥이었다. 잔칫날 손님상에 국수를 내던 데서 '국수 언제 먹여 주느냐'는 말이 혼사를 묻는 인사가 되었다고 전한다.

편집 확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납폐' 항목 확인

장면 · 예식장

예식장의 아침은 국수 삶는 김으로 자욱했다. 대기실 문턱이 닳도록 일가친척이 드나들었고, 사진사는 조명 아래로 연신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주례 선생의 말씀은 길었고, 면사포 너머 신부의 눈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폐백실에서 날아온 대추를 치마폭으로 받으며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다가 끝내 함께 웃었다. 식장을 나서는 길 위로 오색 종잇조각이 가을볕에 반짝이며 쏟아졌다.

"국수 한 그릇 잘 먹었네. 잘 살아야 하네." — 손님들의 인사는 대개 그 두 마디였다. 앞의 것은 가벼웠고, 뒤의 것은 무거웠다.

신접살림은 변두리 단칸 셋방에서 시작되었다. 세간이라야 이불 한 채와 밥솥, 수저 두 벌이 고작이었지만, 문패 옆에 나란히 적힌 두 이름을 볼 때마다 어깨가 펴졌다. 첫 저녁상은 잔치 음식도 아닌 된장국 하나였는데, 두 사람은 그 밥상을 오래 기억했다. 마주 앉을 상이 있고 돌아올 방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림은 이미 시작되고도 남았다.

장면 · 우체국 앞

이듬해 어느 저녁, 두 사람은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우체국 앞을 지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걸음이 느려졌다. 손목시계를 힐끔거리며 서성이던 자리, 못 본 척 딴청을 부리던 가로수 밑. 기다림은 끝났지만, 기다리던 시절의 두근거림은 그 계단 어디쯤 그대로 남아 있었다.

우체국 앞의 기다림이 극장의 어둠을 지나 한 집의 살림이 되었다. 국수 한 그릇으로 시작한 살림들이 자식을 키우고 세월을 건너 이제 금혼의 나이에 닿아 간다. 그 시절 '잘 살아야 하네'라던 인사에, 그들은 평생으로 답한 셈이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지역: 광주광역시연대: 1970년대 · 후반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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