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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뱃고동 울리던 자갈치 그 새벽

얼음 부서지는 소리와 갯내가 골목을 채우던 자갈치의 새벽, 피란 보따리에서 시작된 국제시장의 북적임. 1970년대 부산의 아침입니다.

공개일

생선 좌판과 뱃고동 울리는 배를 그린 자갈치 새벽 일러스트

장면 · 자갈치

새벽이 채 걷히기 전, 자갈치 바다 쪽에서 뱃고동이 길게 울면 시장은 그 소리에 맞춰 하루를 열었다. 물기 밴 나무 궤짝 위로 은빛 생선이 쏟아지고, 얼음 부서지는 소리와 짭조름한 갯내가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손이 시리도록 찬 바닷물에 팔뚝을 담근 아지매들은 큰 목청으로 지나는 사람을 붙들었다. 그 목소리에는 흥정만이 아니라, 오늘도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억척이 함께 실려 있었다.

"보이소, 마 이리 와 보이소. 새벽 배에서 막 내린 기라." — 자갈치 아지매들의 이 목청이 새벽 장의 종소리 노릇을 했다. 그 소리에 발을 멈춘 손님과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검은 봉지에 생선 두어 마리가 담겨 있었다.

국제시장으로 발을 옮기면 공기부터 달라졌다. 광복과 전쟁의 피란 시절, 등에 지고 온 보따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좌판들이 어깨를 맞대고, 군용 담요와 낡은 통조림, 헌 옷가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김이 오르는 국밥집 앞을 지날 때면 뜨끈한 국물 냄새가 언 볼을 어루만졌고, 값을 매기는 소리와 리어카 바퀴 소리가 뒤섞여 온종일 잦아들 줄 몰랐다. 그 북적임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고단함을 눈빛만으로도 알아보았다.

장면 · 파장

해가 용두산 너머로 기울면 시장은 파장 채비에 들어갔다. 남은 생선을 떨이로 외치는 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지게꾼들은 마지막 짐을 지고 비탈길을 올랐다. 좌판을 걷은 자리마다 물비린내 밴 널빤지가 차곡차곡 쌓였고, 아지매들은 전대를 풀어 꼬깃꼬깃한 지폐를 무릎 위에 폈다. 하루 벌이를 헤아리는 그 손끝 위로 항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국밥집만이 늦도록 불을 밝혀 파장한 상인들을 마지막 손님으로 맞았다.

돌아보면 그 억척스러운 목청과 길게 늘어지던 뱃고동이,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서 다시 살아 보려던 사람들의 노래였는지도 모른다. 자갈치도 국제시장도 지금 그 자리에 있다. 새벽마다 문을 열고, 여전히 같은 바다를 향해 있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지역: 부산광역시연대: 1970년대 · 후반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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