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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밤 아홉 시 교실의 불빛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교복으로 갈아입던 산업체 특별학급, 그리고 혼자 책장을 넘기던 검정고시의 밤. 주경야독의 시절을 제도의 기록과 함께 되짚습니다.

공개일

책상 스탠드 불빛 아래 펼쳐진 책과 연필을 그린 야학의 밤 일러스트

저녁 여섯 시, 공장 정문을 나선 걸음들이 집이 아니라 학교로 향했다. 작업복 위에 교복 상의만 걸친 채 버스에 오른 젊은이들은 차창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가, 교문 앞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폈다. 낮 동안 미싱과 선반 앞에서 굳은 손가락이 저녁이면 연필을 쥐었다. 남들이 하루를 접는 시간에 하루를 한 번 더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1976년 교육법이 개정되면서 1977년부터 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 청소년을 위한 '산업체 특별학급'이 문을 열었다. 회사 인근 중·고등학교에 야간 학급을 두는 방식이 많았고, 규모가 큰 회사는 아예 학교를 함께 세운 산업체 부설학교를 운영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을 미룬 이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배우며 졸업장을 받았다.

편집 확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산업체 특별학급'·'산업체 부설학교' 항목 확인

밤 아홉 시의 교실은 낮의 교실과 공기가 달랐다. 창밖은 캄캄하고 형광등은 파리하게 밝았다. 꾸벅꾸벅 조는 어깨를 옆자리가 말없이 툭 치면, 졸던 이는 부끄러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칠판을 바라보았다. 선생님도 그 졸음을 나무라지 못했다. 그것이 게으름이 아니라 열두 시간 노동의 무게라는 것을, 교실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학교 문턱을 아예 밟지 못한 이들에게는 검정고시가 있었다. 광복 직후 실시된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가 그 효시로, 전쟁과 가난으로 배움이 끊긴 사람들에게 학력을 인정받고 상급 학교로 나아갈 길을 열어 주었다. 시험은 지금도 해마다 이어져, 뒤늦게 책을 편 이들의 문이 되고 있다.

편집 확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검정고시' 항목 확인

검정고시의 밤은 더 외로웠다. 식구들이 잠든 밥상머리에 손때 묻은 수험서를 펴 놓고, 낮에 못 다 왼 것을 몇 번이고 되짚었다. 졸음을 쫓으려 찬물에 세수를 하고 돌아와 앉으면, 창호지 너머로 새벽빛이 희미하게 스몄다. 합격자 발표가 붙던 날, 게시판 앞에서 제 수험번호를 몇 번이나 다시 세어 보던 눈시울이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건네는 졸업장이었다.

그 교실의 불빛은 배움에 때가 따로 없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했다. 낮과 밤을 겹쳐 살았던 그 부지런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순이 넘어 자격증 책을 펴는 손은, 그 시절 밤 아홉 시의 교실에서 이미 단련된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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