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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두 번 갈아탄 버스와 내복 한 벌

생각보다 가벼웠던 첫 월급봉투와, 시장 어귀에서 고른 가장 도톰한 내복 한 벌. 1980년대의 첫 월급날 풍경을 담은 회고 수필입니다.

공개일

월급봉투와 동전, 빨간 내복 한 벌을 그린 첫 월급날 일러스트

첫 월급봉투를 받아 든 손바닥의 감촉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두툼할 줄만 알았던 봉투는 생각보다 가볍고, 안에 든 몇 장 지폐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그날 퇴근길의 발걸음만은 이상하게 둥실 떠 있었다.

장면 · 경리 창구

월급날 오후의 경리 창구 앞에는 긴 줄이 섰다. 명부에 도장을 꾹 누르고 봉투를 받아 들면,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봉투 두께부터 가늠했다. 남 보는 데서 세기가 쑥스러워 화장실 문을 잠그고 지폐를 넘겨 보던 신입도 있었다. 침을 묻혀 두 번 세 번 세어도 액수는 그대로인데, 봉투 겉면에 줄줄이 적힌 공제 항목은 볼 때마다 아렸다. 그래도 그 옆에 또박또박 적힌 제 이름 석 자만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좋았다.

장면 · 시장 어귀

집으로 곧장 가는 대신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시장 어귀에 내리면, 뜨끈한 어묵 국물 냄새와 상인들의 흥정 소리가 언 몸을 데워 주었다. 내복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젊은이가 있었다. 어머니 몸에 맞으려나, 색은 고울까, 값은 또 얼마나 할까. 결국 가장 도톰해 보이는 한 벌을 골라 신문지에 둘둘 말아 품에 안으면, 종이 너머로 옷의 보드라운 감촉이 전해졌다.

"별걸 다 샀다." — 내복을 받아 든 어머니들은 대개 그렇게 핀잔을 주면서도, 한동안 그 옷을 개켜만 두고 아까워 입지 못했다.

내복 한 벌로 끝나지 않는 월급날도 많았다. 푸줏간에 들러 신문지에 싼 고기 한 근을 보태고, 동생 몫의 공책 몇 권에 아버지 상에 올릴 소주 한 병까지 챙기고 나면 봉투는 한결 홀쭉해졌다. 그러고도 남은 지폐 몇 장은 장롱 속 반짇고리 밑에 꼭꼭 눌러 두었다. 다음 달에는 적금을 부어야지 하는 다짐이, 그 밑에 함께 눌려 있었다.

봉투는 얇아도 품은 두둑했다. 첫 월급으로 내복을 사 본 사람은 안다. 그 겨울, 비로소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마음을. 월급봉투의 설렘은 나이가 들어도 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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