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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교동 골목, 미제 냄새와 흥정 소리

낮에도 어둑한 좁은 골목, 알록달록한 깡통과 진한 커피 향, 소매를 붙잡는 흥정. 1980년대 초 대구 교동시장의 하루입니다.

공개일

차양 아래 쌓인 깡통과 김 오르는 커피잔을 그린 교동시장 일러스트

대구역 뒤편,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던 시장이 있었습니다. 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아 늘 어둑했지만, 좌판마다 놓인 물건들은 저마다 반짝였지요. 처음 보는 알록달록한 깡통과 손바닥만 한 초콜릿, 향이 진한 비누와 커피가 좁은 통로에 빼곡했습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날 때마다 어깨가 부딪히고, 낯선 단내와 기름내가 섞여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장면 · 흥정

상인들의 목소리는 골목을 가득 채웠습니다. 값을 부르고 깎는 소리, 한 발짝 물러섰다가 다시 소매를 붙잡는 실랑이, 그 사이로 터지던 웃음까지. 어머니들은 손끝으로 물건을 만져 보며 오래도록 흥정을 했고, 아이들은 그 곁에서 낯선 상표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렵게 산 물건 하나를 신문지에 둘둘 말아 품에 안고 돌아가는 뒷모습마다,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뿌듯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장면 · 맛보기

골목 안쪽 단골 가게에서는 주인 아주머니가 슬쩍 맛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은박지를 벗긴 초콜릿 한 모서리, 잔 바닥에 조금 따라 주던 진하고 쓴 커피 한 모금. 처음 맛본 아이가 너무 써서 얼굴을 찡그리면 어른들은 그 얼굴을 보고 한바탕 웃었지요. 유리병에 담긴 커피 가루와 각설탕 통 사이에서 나던 달고 쌉싸름한 냄새는, 골목을 나서고도 한참 옷깃에 남아 있었습니다.

해가 기울면 사람들은 보따리를 안고 골목을 빠져나왔습니다. 대구역 쪽에서 기적 소리가 길게 울리고, 정류장에는 장바구니를 발치에 내려놓은 어머니들이 줄을 섰지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의 보따리를 들여다보며 어디서 얼마나 잘 샀는지 견주는 이야기가 오갔고, 조금 비싸게 산 사람도 그날만은 같이 웃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물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좁은 골목의 활기와 사람 냄새만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교동의 골목은 오늘도 그 자리에서, 지나는 사람의 소매를 슬쩍 붙듭니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지역: 대구광역시연대: 1980년대 · 전반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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