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짠 바닷바람과 짜장면 한 그릇
밧줄을 어깨에 건 사내들의 새벽 부두와 붉은 간판 골목의 뜨거운 한 그릇. 1980년대 초 인천항의 하루를 담은 회고 수필입니다.
공개일

장면 · 부두
이른 아침 인천 부두에는 짠 바람이 먼저 도착했다. 밤새 바다를 건너온 바람은 뺨을 서늘하게 훑고, 코끝에는 소금기와 비린내, 그리고 기름 냄새가 한데 뒤섞여 스몄다. 뱃고동이 낮고 길게 울리면 부두 전체가 천천히 깨어났다. 짐을 가득 실은 배들이 들어오고, 크레인은 삐걱대며 나무 상자를 들어 올렸다. 굵은 밧줄을 어깨에 건 사내들의 등은 벌써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일은 어깨로 했다. 밧줄로 엮은 짐을 지고 좁은 발판을 건널 때는 발끝만 보고 걸어야 했고, 소금 자루라도 지는 날이면 등줄기가 하루 종일 쓰라렸다. 호각 소리에 맞춰 조를 짜고 상자를 받아 넘기는 손과 손 사이에는 긴말이 필요 없었다. 잠깐 허리를 펴는 참에 나눠 무는 담배 한 대와 양은 주전자째 돌려 마시는 물 한 모금이 쉼의 전부였지만, 그 짧은 참에 오가는 농 한마디가 어깨의 짐을 반쯤 덜어 주었다.
장면 · 골목의 한 그릇
허리를 펴고 언덕을 조금 오르면 붉은 간판이 늘어선 골목이 나왔다. 낡은 문을 밀고 들어가면 김이 자욱한 주방에서 불맛이 확 끼쳐 왔고, 나무 탁자에는 짜장면 한 그릇이 놓였다. 검은 소스에 윤기가 흐르고,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면 달큰하고 구수한 냄새가 얼굴을 감쌌다. 뜨거운 국물 한 모금, 단무지 한 조각이면 새벽부터 언 몸이 스르르 풀렸다. 그 한 끼는 하루치 고단함을 갚아 주는 작은 위로였다.
장면 · 물때
물때에 맞춰 배가 떠나는 오후면 부두는 다시 부산해졌다. 육중한 뱃머리가 천천히 방향을 트는 동안 갈매기 떼가 그 뒤를 따라붙었고, 배웅 나온 식구들은 갑판 위의 얼굴이 콩알만 해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뱃고동의 여운이 잦아들고 나면 부두에는 얼음 녹은 물자국과 새끼줄 토막, 그리고 하루치 땀 냄새 같은 것들만 남았다.
해가 기울면 뱃사람들은 다시 바다로, 혹은 좁은 골목의 여인숙으로 흩어졌다. 주머니는 가벼워도 마음은 이상하게 넉넉하던 부두의 하루. 짠 바람과 뜨거운 면 한 그릇으로 버틴 그 세월이, 수많은 집의 밥상을 차려 냈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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