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전반
다듬이 소리 사이로 흐르던 연속극
또닥또닥 마주 치던 다듬이 방망이와, 지직거리다 목소리를 찾던 진공관 라디오. 1960년대 안방의 저녁을 소리 두 장면으로 담았습니다.
공개일

장면 · 다듬이
해가 설핏 기울면 어느 집 마루에서 또닥또닥, 다듬이 소리가 먼저 저녁을 알렸다. 풀 먹여 꾸덕꾸덕해진 이불 홑청을 다듬잇돌에 올려놓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방망이를 주고받으면, 엇갈리는 장단이 골목을 타고 담 너머까지 번졌다. 한 집에서 시작한 소리에 건넛집이 화답하듯 이어져, 저녁 무렵의 동네는 온통 그 낮고 단단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장면 · 라디오
저녁상을 물리면 온 식구가 라디오 앞으로 모여들었다. 아버지가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면 지직거리는 소리 사이로 문득 또렷한 목소리가 걸려 나왔고, 그 순간 방 안의 말소리가 뚝 끊겼다. 연속극 주인공의 울음에 할머니가 치맛자락으로 눈가를 눌렀고, 이야기가 한창 아슬아슬해질 때 흘러나오는 '다음 이 시간에'라는 말에 온 식구가 한숨을 쉬었다. 내일 저녁이 벌써 기다려지는 밤이었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1959년 11월, 금성사가 첫 국산 라디오 'A-501'을 내놓았다. 이름의 5는 진공관 다섯 개를 뜻했다고 전한다. 1960년대 초 농어촌에 라디오 보내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라디오는 도시를 넘어 시골 마을까지 퍼졌고, 저녁 연속극 시간이면 라디오 있는 집 마루에 이웃이 모여 앉는 풍경이 흔해졌다.
편집 확인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기록·당시 보도 확인
그 시절의 저녁은 소리로 기억된다. 다듬이의 장단도, 연속극의 목소리도 이제는 아득하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곁에 남아 오늘도 누군가의 저녁을 함께 지키고 있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재난·안전안내문자 바로 알기
안방 라디오가 세상 소식을 전하던 자리, 지금 가장 급한 소식은 휴대전화 재난문자가 맡고 있습니다. 수신 설정을 확인하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지금 확인하기NEXT ESSAYS
이 장면과 이어지는 수필

1960~70년대
난로 위에 쌓이던 도시락과 풍금 소리
조개탄 난로 위에 층층이 쌓이던 양은도시락, 창가의 풍금, 만국기 펄럭이던 가을 운동회. 1960~70년대 국민학교의 하루를 시간표처럼 따라갑니다.
수필 펼쳐보기 →
1968년 11월 · 연재 종로, 길 위의 세월 제1화
땡땡 종소리가 멈추던 그 늦가을
쇠바퀴가 궤도를 밟는 낮은 울림과 땡땡 종소리. 1968년 11월, 서울에서 전차가 멈추던 무렵의 종로 거리를 담았습니다.
수필 펼쳐보기 →
1990년대 초반
관제탑 불빛과 밤샘하던 정비고
활주로의 굉음에 땅이 먼저 깨어나던 기지의 아침과, 밤새 꺼지지 않던 정비고의 불빛. 1990년대 초 공군 비행단 주변의 풍경입니다.
수필 펼쳐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