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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관제탑 불빛과 밤샘하던 정비고

활주로의 굉음에 땅이 먼저 깨어나던 기지의 아침과, 밤새 꺼지지 않던 정비고의 불빛. 1990년대 초 공군 비행단 주변의 풍경입니다.

공개일

관제탑 불빛과 하늘을 가르는 제트기를 그린 공군 비행단 일러스트

기지의 아침은 땅이 먼저 알았다. 활주로 끝에서 전투기가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 발밑의 콘크리트가 잘게 떨리고, 그 진동이 가슴 한복판까지 밀려왔다. 이윽고 터지는 굉음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몸속으로 파고들어, 창문이 덜컹이고 멀리 빨랫줄에 걸린 옷들이 파르르 흔들렸다. 매캐한 연료 냄새가 서늘한 새벽 공기에 섞여 오면, 기지 마을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마다 아들이나 동생의 얼굴을 떠올리곤 했다.

장면 · 활주로

한낮의 활주로 곁은 소리의 세계였다. 귀마개를 하고도 몸이 먼저 움츠러드는 이륙의 순간, 지상 요원들은 말 대신 수신호로 이야기했다. 두 팔을 크게 저어 길을 열어 주고, 엄지를 세워 이상 없음을 알리는 손짓들. 아지랑이처럼 이글거리는 배기열 너머로 기체가 미끄러져 나가면, 활주로 끝 풀숲의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잠깐의 정적 뒤, 하늘 어딘가에서 둔중한 울림이 뒤늦게 따라왔다.

"내 손 거친 비행기는 내 새끼나 마찬가지다." — 기름밥을 오래 먹은 정비사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실없는 농담 같아도, 격납고 한쪽 무사고 기록판 앞에서만은 다들 말수가 줄었다.

장면 · 정비고

밤이 깊어도 정비고의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기름때 묻은 손으로 볼트를 조이고 계기 하나하나를 살피는 정비사들은, 찬 새벽 별이 스러질 때까지 엔진 곁을 떠나지 못했다. 손끝은 시리고 눈은 뻑뻑해도, 자기 손을 거친 비행기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하루의 보람이라고들 했다. 멀리 관제탑에서는 초록빛과 붉은빛이 천천히 깜빡이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기체를 밤새 말없이 기다렸다.

굉음과 기름 냄새 속에서 청춘을 보낸 귀는 나이가 들어 조금 일찍 침침해지기도 한다. 그 소리를 견뎌 낸 세월만큼, 이제는 제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 차례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군대: 공군 · 비행단연대: 1990년대 · 전반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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