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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빨간 명찰의 자부심과 그 밤의 뻘밭

손끝이 갈라지도록 구호를 외친 끝에 받는 작은 천 조각과, 발목을 놓아주지 않던 갯벌. 1980년대 해병대 훈련의 장면들입니다.

공개일

갯벌 위 전투화 한 켤레와 빨간 명찰을 그린 해병대 훈련 일러스트

장면 · 빨간 명찰

빨간 명찰을 처음 가슴에 다는 날의 얼굴들이 있었다. 훈련소의 긴 낮과 더 긴 밤을 지나, 손끝이 갈라지고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친 끝에 받는 그 작은 천 조각은 이상하리만치 묵직했다. 아침 안개 속 연병장 흙을 밟는 발밑이 서늘했고, 저 멀리서 밀려오는 함성이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그 붉은 빛 하나에 지난 몇 주의 땀과 눈물이 죄다 스며 있는 것만 같았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 명찰을 다는 날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말이 연병장을 돌았다. 갓 스물의 얼굴들은 그 말의 무게를 다 알지 못한 채, 그저 목청껏 따라 외쳤다.

극기 훈련의 밤은 유난히 길었다. 온몸이 젖은 채 올려다보는 별, 어둠 속에서 서로를 붙들어 주는 것은 옆 사람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손발이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도 누군가 먼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면 옆 사람도 따라 일어섰다. 그 밤을 견디게 한 것은 대단한 힘이 아니라, 곁에 사람이 있다는 마음 하나였다.

장면 · 뻘밭

뻘밭의 기억은 냄새로 먼저 온다. 짭짤하고 비릿한 갯벌 냄새,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 진흙의 끈끈한 감촉, 목이 터져라 함께 외치는 구호.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고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웃던 젊은 얼굴들이 그 갯벌 위에 있었다.

훈련이 끝난 밤의 내무반에는 소금기 밴 군복 냄새가 가득했다. 갈라진 손등에 약을 발라 주고받으며 사내들은 낮에는 못 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고향 집 이야기, 두고 온 사람 이야기. 어머니께 쓰는 편지에는 힘들다는 말 대신 밥 잘 먹고 있다는 말만 골라 적었고, 그마저 다 쓰지 못해 지우개 자국이 남은 편지지가 관물대 안에서 몇 밤을 났다. 소등 나팔이 울리고 나면, 어둠 속 어디선가 낮게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나도 아무도 아는 체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몸은 그 시절을 기억한다. 함께 뒹군 전우의 이름은 흐려져도 어깨를 겯던 감각은 남는다. 그리고 이제는, 아낌없이 썼던 그 몸을 아껴 살필 나이가 되었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군대: 해병대연대: 1980년대 · 전반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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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아낌없이 쓴 몸일수록 정기 점검이 고맙습니다. 국가건강검진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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