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온 도시가 벚꽃이던 진해의 봄
길에도 담장에도 개울가에도 벚나무가 하늘을 가리던 도시. 군항제가 열리던 1980년대 초 진해의 봄을 담은 회고 수필입니다.
공개일

봄이 오면 진해는 도시 전체가 연분홍으로 물들었다. 길가에도, 학교 담장에도, 개울을 따라서도 벚나무가 줄지어 서서 하늘을 가렸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려 어깨와 머리 위로 소복하게 내려앉았고, 발밑에는 어느새 분홍빛 융단이 깔렸다. 코끝으로는 달큰하면서도 풋풋한 꽃 냄새가 스몄고, 그 사이로 바다에서 실려 온 짭짤한 갯내가 은근히 섞여 들었다.
장면 · 군항제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온 동네가 들썩였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와 나들이옷을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꽃길을 천천히 걸었고, 어디선가 확성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봄볕 속에 뒤엉켰다. 언덕에 올라 바다 쪽을 내려다보면 남해의 푸른 물 위로 회색 함정들이 나란히 정박해 있었다. 낮게 울리는 뱃고동이 가슴을 잔잔히 두드렸고, 하얀 정복을 입은 군인들의 반듯한 걸음과 봄볕에 반짝이는 강철의 표면이 벚꽃의 부드러움과 묘하게 어우러졌다.
시대 자료로 확인한 대목
진해의 봄 축제인 군항제는 1952년 북원로터리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추모제를 지낸 것이 계기가 되어, 1963년부터 '진해군항제'라는 이름으로 열려 왔다.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말에서 4월 초, 진해는 지금도 그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편집 확인 · 진해군항제 공식 연혁·디지털창원문화대전 확인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다 주머니 끝에 꽃잎 몇 장이 붙어 있었고, 두 볼은 봄바람에 발갛게 익어 있었다. 그 봄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안다 —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그 길 어딘가에, 아직 제 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것을.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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