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강릉 겨울, 아랫목에 묻어둔 밥 한 그릇
문풍지가 울던 밤의 연탄불과 고구마, 늦게 오는 식구를 위해 이불 밑에 묻어 둔 밥그릇. 1980년대 강릉의 겨울 집 안 풍경입니다.
공개일

장면 · 겨울밤
강릉의 겨울은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로 먼저 찾아왔다. 밤이 깊으면 문풍지가 가늘게 울었고, 마당의 장독대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그런 저녁이면 집집마다 아궁이 곁에 연탄불이 붉게 피어올랐고, 그 위에 나란히 올린 고구마가 껍질을 까맣게 그을리며 달큼한 단내를 방 안까지 밀어 넣었다. 언 손을 호호 불어 가며 뜨거운 속살을 반으로 갈라 먹다 입천장을 데어도, 그 노란 김만은 어찌나 반갑던지.
방 안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는 언제나 아랫목이었다. 어머니들은 늦게 돌아올 식구를 위해 두꺼운 이불 밑에 밥그릇을 가만히 묻어 두었다. 저녁 늦게 찬바람을 몰고 들어온 식구가 그 밥을 꺼내면, 아직 온기가 남은 밥알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온 식구가 좁은 방에 무릎을 맞대고 앉으면 창밖에서 아무리 눈보라가 몰아쳐도 조금도 춥지 않았다. 그 방의 온도가 곧 그 집의 마음이었다.
장면 · 귀성
명절이 다가오면 귀성길은 늘 멀고도 붐볐다. 밤새 버스에 몸을 싣고 대관령 굽잇길을 천천히 넘어갈 때면, 멀미로 속이 울렁여도 고향집 마당의 냄새를 떠올리며 견뎠다. 이윽고 사립문을 밀고 들어서면, 부엌에서 나던 밥 냄새가 제일 먼저 마중을 나왔다.
겨울이 깊을수록 그 시절 아랫목의 온기가 생각난다. 밥그릇을 이불 밑에 묻어 두던 그 마음처럼, 온기는 나눌 때 비로소 온기가 된다.
CONTEXT STAMPS
이 이야기의 시절과 장소
THEN & NOW
그 시절 → 지금
오래된 장면에서 오늘 챙겨 볼 생활정보로 길을 이어 놓았습니다.
에너지바우처와 난방비 지원
아랫목 하나로 온 식구가 겨울을 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난방비가 부담될 때 에너지바우처 같은 지원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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